1.

살면서 참 슬픈 일은

가슴을 잘라 마음을 꺼내어 보여줄 수 없는 것이고

그보다 더 슬픈 일은 마음을 꺼내 보여주었음에도

진정 몰라주는 것이며

이 모든 것보다 가장 슬픈 것은

그것을 알고나서도 어쩔 수 없이

도로 덮어놔야하는 인연들이다. 


2.

있었던 일이 없었던 일이 되진 않고 무슨 짓을 해도

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.

기억이란 불쑥불쑥 찾아오는 것이며

그것을 오지말라 화를 낼 수도 없다.

후회를 해도 지난 일이고 행여나 다시란 생각으로 잡아선

안될 것들을 또 다시 잡아서 스스로 또 죽음처럼 살 필요는 없다.

뻔히 보이는 앞날에 무모한 용기를 낼 필요는 없다.


3.

내 삶에 

의미를 부여하고 싶었을 때

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발버둥 쳤을 때


내 곁에 아무도 없다는 것이 하도 서러워

꼬박 며칠 밤을 가슴 쓸어 내리며 울어야 했을 때


그래도 무슨 미련이 남았다고 살고 싶었을 때

어디로는 떠나지 않고는 버틸 수 없어


집시처럼

허공에 발을 내딛은 지난 몇달 동안

사랑하고 싶어도 사랑할 사람이 없었으며

사랑받고 싶어도 사랑해 줄 사람이 없었다


살아남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필요했으며

필요한 누군가가 나의 사랑이어야 했다


그립다는 것이

그래서 아프다는 것이

내 삶을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었다는 것을

혼자가 되고부터 알았다


다시는 사랑하지 않겠노라

그 모질게 내뱉은 말조차 이제는 자신이 없다


긴 아픔을 가진 사람은 안다

그나마 사랑했기에

그렇게라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


그것마저 없었을 땐

숨을 쉬는 고통조차 내 것이 아닌

빈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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